김미화 기자 | 승인 2017.07.14 15:42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액 대출 가능, 신뢰가 담보
청년연대은행 토닥의 이혜진 사무국장(좌)과, 장운영 상근활동가(우).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누구나 한번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이때 내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떨까.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빠져나가는 학자금 대출금으로 여유가 없다면. 주변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은행에서조차 신용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막막함에 눈앞이 캄캄해지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을 일찌감치 생각했던 곳이 있다. 청년들을 위한 유일한 은행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청년들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비영리단체다. 심지어 이자는 무이자 또는 자율이자를 표방하고 있다. 신용 등급 대신 ‘관계’를 통해 얻는 ‘신뢰’를 보는 인간적인 은행,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토닥의 사무실에서 이혜진 사무국장과 장운영 상근활동가를 만났다. 조합원 150명이 모은 출자금 1165만원으로 시작 된 토닥은 지난 2013년 2월 문을 열었다.
이곳의 대표적인 활동은 공동체기금을 통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빌려 주는 ‘금융협동’이다. 장 활동가는 “제1금융권과 2금융권은 오늘날 청년들이 접근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청년 대부분이 경제적 소득이 많지 않아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급하게 생계비가 필요할 때 청년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는 고금리대출밖에 없다. 토닥은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토닥은 취업준비생,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복지사, 청년예술가 등 약 46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만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 세대면 누구나 토닥의 조합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조합원들은 매달 출자금(기본 5000원)과 조합비(기본 3000원)를 내게 되는데, 이때 출자금은 토닥의 공동체기금으로 저축되고, 조합비는 운영비로 사용된다.
조합원들은 필요시 언제든 토닥의 공동체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조건은 기존의 은행과 다르다. 토닥은 결코 조합원들의 신용등급도, 직장의 유무도 확인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는 것은 오직 토닥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열의다.
이 사무국장은 “토닥은 ‘관계금융’을 표방한다. 일반금융은 철저히 계약관계지만 토닥은 조합원들이 이 조합 안에 얼마나 깊게 위탁돼있고, 얼마나 공동체와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지를 평가 한다”며 “토닥은 조합원들의 출자 횟수와, 활동 지수를 통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조합원이 오프라인 모임에 많이 참여하거나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 ‘토닥씨앗’이라고 불리는 활동 지수 포인트가 올라가게 된다. 이 포인트가 조합원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일종의 신용지수가 되는 것이다. 이게 쌓일수록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는 대출희망자의 신용등급을 조회하거나 이자율을 높게 설정하는 방법을 통해 리스크를 막는다. 반면 토닥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담보가 되는 셈이다. 실제 한 조합원은 자기가 빌린 돈이 어디에 투자해서 불리는 은행 돈이 아니라 청년들이 십시일반 모은 출자금이라 생각하면 더 책임 있게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토닥의 대출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우선적으로 ‘토닥학개론’이라는 기초조합원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토닥학개론은 토닥의 취지와 함께 토닥의 출자금이 어떻게 모이고 있는지를 배우는 시간이다. 조합원들은 이를 통해 대출을 갚지 못했을 때 그 여파가 공동체 전체로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 다음은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따로 구성돼 있는 금융협동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거쳐 대출 승인을 받게 된다.
조합원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한도가 설정돼 있다. 시작은 30만원부터다. 그 다음은 토닥씨앗 포인트 정도에 따라 연간 최대 15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외에 토닥에는 다른 대출 모델도 있다. 조합원 세 명이 공동의 프로젝트를 위해 대출을 신청하면 300만원, 조합원들이 2인 이상 주거하기 원하는 경우 3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또 토닥은 동작신용협동조합과 MOU를 맺어 조합원들이 주택보증금이 필요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토닥을 통해 소액대출을 받는 조합원들은 한 달에 평균 6-7명 정도다. 실제 토닥에 돈을 빌리는 조합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한 조합원은 당장 점심 값과 교통비가 없어 토닥을 찾았다. 그 조합원은 돈도 돈이지만 청년들이 서로 연대하는 토닥의 존재 자체에서 위로를 받았다. 또 다른 조합원은 8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여유를 가지지 못해 토닥에서 돈을 빌렸다. 그는 그 돈으로 첫 해외여행을 갔고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토닥에서 모든 대출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 활동가는 “토닥에서 별다른 조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대출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저희는 토닥이라는 가치에 깊게 들어오려는 의사 없이 단순히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곳이다. 관계를 맺는 과정 자체가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는 선을 확실히 긋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빚이 많은 채무자의 경우, 대출 대신 국가 복지정책들이나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연결해준다. 소액대출로 한고비 넘긴다고 본질적인 재무 상태가 개선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토닥의 운영진들은 조합원들의 이같은 상황을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청년생활경제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최근 신용상담사 자격증을 위해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토닥에서는 조합원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소모임을 가지며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청년연대은행 토닥>
현재 토닥에서는 조합원들의 대출 상환 기간을 최대 12개월(분납)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라는 가치가 이같은 원칙보다 우선이다. 조합원이 기한 내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면 상황에 맞게 기한이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자도 마찬가지다. 토닥에서는 추징이라는 개념이 없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며, 가능하다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내면 된다.
이 사무국장은 “사실 조합원들이 주는 이자는 토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토닥은 이자를 꼭 돈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재능 나눔, 일손 나누기 등으로도 가능하다. 실제 여행자금으로 소액대출을 받았던 한 조합원은 여행후기를 이자로 조합원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출금을 갚지 않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 질문을 던지자 장 활동가는 “간혹 있다. 이런 경우, 일반금융에서는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만 토닥은 그렇지 않다.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조합원이 돈을 갚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다. 그들의 상황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락이 아예 안 되는 등 아예 관계의 끈을 놓아버린 분들은 안타깝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닥의 또 다른 고민은 금전적인 부분에 있다. 현재 토닥은 조합비와 후원금, 운영진들이 간간히 하는 강의와 자문 등을 통해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가 기본 3000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적자를 안고 가는 형식이다.
이 사무국장은 “사실 토닥을 운영하는데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올해 조합원들의 최소 조합비가 3000원이 됐지만 작년까지는 최소 조합비가 1000원이었다. 이번에 조합비 금액을 올리는데도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다. 1000원 납부가 부담되는 조합원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려운 청년들의 마지막 비빌 언덕이 토닥이라고 본다면, 조합비 금액은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 나갈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정의 문제, 사회구조적 문제가 청년들에게 전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출자금 규모를 키워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의 한도를 늘리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토닥이 더디 가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일일 것이다. 토닥이 규모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원들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년들을 보호해주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토닥. 그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청년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 활동가는 “토닥의 장기적인 목표는 조합원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아지트와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일인지를 느끼고 있다”며 “더불어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역량을 더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청년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미화 기자 mhkim@n591.ndsoftnews.com
원문보기 : 청년들의 소방금융 ‘청년연대은행 토닥’
'활동소식 > 언론·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X 빅이슈코리아] 청년이 당당하게 무이자 대출받는 법 (0) | 2023.08.20 |
---|---|
[베네핏] 청년을 위한 청년연대은행 ‘토닥’ (0) | 2023.08.20 |
[한겨레] 행복한 지역공동체 만드는 사회적금융 (0) | 2023.08.20 |
[비정규노동] 삶을 고민하는 은행 탄생_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 김진회 이사장을 만나다 (0) | 2023.08.20 |
[한겨레] “청년운동, 청년세대 넘어 사회운동의 주인공으로” (0) | 202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