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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언론·인터뷰

[한겨레] “청년운동, 청년세대 넘어 사회운동의 주인공으로”

by 청년연대은행 토닥 2023. 8. 20.

2015-09-07 19:40

기성세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 인식되던 청년들이 ‘청년 문제’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2015 서울청년의회’에서는 197명의 ‘청년 의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의 청년 정책을 보고받고 10대 청년 정책 의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청년허브·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제공청년담론 어디까지 왔나우리 사회에 ‘청년 담론’이 거세다. 청년 실업을 비롯해 이른바 ‘다포 세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 그만큼 엄혹하다는 방증이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청년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 역시 청년 이슈와 의제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애초 ‘아이엠에프(IMF)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문제의식으로 제기된 청년 담론은 2010년을 전후해 청년 당사자들의 ‘운동’으로 진화한다. 청년들의 불안정 노동(청년유니온), 주거 문제(민달팽이유니온), 빚 부담(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 청년 복지(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청년적 요구’는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청년 고용할당제나 청년 창업 등 일자리에 국한된 시각과는 다르며, 취약계층이 아닌 대안 세력으로서의 청년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 청년 담론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분화해 왔나?

 

‘아프니까 청춘’론·88만원 세대론
모두 기성세대 중심 논의 ‘한계’
‘유니온 세대’ 논의 참여로 변화

 

일자리서 주거·빚 등 담론 확장
한국사회 전반적 개혁 모색 결과
서울 ‘기본조례’·청년의회 등 마련

 

지난 7월 열린 ‘2015 서울청년의회’는 실제 국회의 상임위원회처럼 다양한 분과 논의를 만들어 일자리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청년정책을 도출했다. 청년 의원들이 분과 토의를 하는 모습. 서울청년허브·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제공
 
아프니까 ‘청춘론’ - 88만원 ‘세대론’

 

외환위기 이후 청년 담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청년담론 분석에 기초한 청년활동 전망연구 보고서/청년허브) 하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표되는 ‘청춘론’이며, 또다른 하나는 ‘88만원 세대’를 키워드로 한 ‘세대론’이다. 2010년 출간돼 중국어판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모은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표하는 청춘론은,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 위기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시기적 불행으로 해석하고, 청년 세대의 고통을 미성숙한 청춘이 성인이 되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할 통과의례라고 본다. 청춘론에서 청년은 여성이나 장애인처럼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간주된다. 청년 실업 문제를 경제민주화처럼 경제 체제적 개혁의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청년 고용할당제’ 정책은 이런 관점의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담론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우리가 일자리 만들어줄게’, ‘우리가 국회의원 시켜줄게’라고 말하는 매우 차별적인 담론이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정치권 역시 청년들을 능동적인 주체로 보기보다는 수혜가 필요한 수동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 만약 정당이 청년들 스스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청년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각 당마다 청년위원회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보다 몇 해 전(2007년) 출간된 <88만원 세대>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라는 열악한 사회경제적 처지에 놓인 청년 세대 스스로의 변화와 저항이 필요하다는 담론을 대표한다. 청년 세대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주목한다는 점에서 청춘론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세대가 저항해야 할 대상이 낡은 체제가 아니라, 기성세대 또는 부모세대인 것처럼 보이는 탓에 ‘세대갈등론’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게 한계다. 신윤정 청년허브 기획실장은 “88만원 세대론도 청년 내부에서 생겨난 담론은 아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세대 담론으로 이용당했을 뿐이다. 청년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노동 구조가 한계에 다다라 발생한 문제이지 세대나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청춘론과 세대론, 둘 중에 ‘승자’가 있을까? 청년허브에서 청년 담론에 관한 연구 책임을 맡은 박이대승(37·정치스튜디오 회원·프랑스 툴루즈2대학 박사과정)씨는 두 담론의 ‘대결’ 결과는 “청춘론의 압승”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그 근거”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최근 청년 실업을 명분으로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 등 이른바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현실이, 청춘론의 승리를 입증하는 결과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세대론의 관점에 서서 청년 문제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 노동으로 인식한다면, 청년을 명분으로 내세워 임금피크제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청년 문제는 청년이’ 유니온 세대의 등장

 

청년 담론의 생산자는 기성세대에서 ‘청년들 자신’으로 바뀌고 있다. 불안정 노동과 결혼,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 스스로 조직한 단체들이 생겨나고 사회적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선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무대에 나서면서, 청년 이슈는 다양해졌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달라졌다. 청년유니온·민달팽이유니온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는 청년 단체들은 1980년대 학생운동 방식이나 조직과는 다르다. 뚜렷한 위계가 없는 ‘커뮤니티’ 형태를 띠고 있다. ‘유니온 세대’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운동 주체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윤정 청년허브 기획실장은 “1980년대 학생운동과 지금의 청년운동은 다르다. 대학 진학률이 23%에 불과하던 80년대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처지와는 무관한 엘리트 운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운동은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를 바꾸기 위한 당사자 운동”이라고 했다. 이른바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청년운동의 기원은 2010년 출범한 청년유니온으로 볼 수 있다. 청년유니온은 지금까지 피자 배달 30분제를 폐지하고 커피전문점의 주휴수당 미지급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년들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청년유니온 이후 청년운동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영역으로 분화했다. 2011년엔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민달팽이유니온’이 만들어졌고, 그 이듬해에는 청년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청년복지국가네트워크’가 문을 열었다. 2013년에는 학자금 대출 등으로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긴급 생활자금 대출 사업을 하는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이 생겼다. 이런 청년운동의 분화에 대해 신윤정 실장은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운동이기 때문에 목표가 매우 구체적이며 다양하다. 추상적이지 않을뿐더러 이념에 갇히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이 유니온 세대 운동의 독창성이라는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2년 3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최근의 청년운동을 1980년대 노동운동과 비교했다. 1980년대의 노동운동은 대부분 교육받은 도시 중산층 배경을 가진 이들의 운동으로, 중산층 급진주의 내지 정서적 급진주의의 성격이었고, (그 결과) 지금도 내용 없는 언어들의 공격성이나 진리를 독점한 듯 내세우는 도덕적 우월의식 등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년유니온 활동은 “그들이 직면하는 사회경제적 조건과 실제 생활 경험으로부터 나온 자신과 동료들의 문제”에서 출발한 “실제적이고 또 실용적(인 운동)”이라며 “민주화 운동 시기의 노동운동에 비한다면 이들 신세대들의 노동운동은 정치 참여를 포함한 모든 문제에서 교조적이기보다는 훨씬 실천적”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의원들의 명패. 서울청년허브·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제공
 
주거·빚·복지 다양한 담론…청년에서 시민으로

 

2013년 2월 출범한 서울시의 ‘청년일자리허브’는 올 1월 ‘일자리’를 떼어내고 ‘청년허브’로 개명했다. 청년 담론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 청년일자리허브는 애초 ‘청년일자리 기본조례’를 근거로 설립됐으나, 지난 1월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정한 ‘청년 기본조례’로 단체 설립의 근거법을 옮겨 탔다. 일자리에 국한된 청년 담론을 노동·주거·부채·생활안정·문화·권리보호 등 모든 삶의 영역으로 넓혀 의제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이 일자리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청년 기본조례 제정은 청년 단체들이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을 모색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서울시에 10대 청년 정책 의제를 제안한 청년의회는,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 단체들이 서울시에 요구해 꾸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 의회에 출석해 서울시의 청년 정책을 보고하기도 했다. 청년 의회를 주도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의 송효원 사무국장(청년유니온 조직국장)은 “사회적으로 청년을 호명할 때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시선이 있다. 청년은 정책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발의하고 집행에 참여하는 능동적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는 목표로 2012년 만들어진 ‘청년정치스튜디오’는 설립 이듬해 ‘청년’을 떼고 ‘정치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꿨다. 정치스튜디오 설립을 주도한 박이대승씨는 “활동하는 사람들이 젊을 뿐 청년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게 아니다. 청년이라는 말 때문에 ‘젊은 시절 한때 하고 마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 담론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그가 단체 이름을 바꾼 이유다. “청년운동이 보편적 권리를 바탕으로 세대간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운동은 청년들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청년들이 전체 시민을 위해 펼쳐나가는 운동, ‘청년을 넘어선 청년운동’이 되어야 한다.”

 

진명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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