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 참가하신 분들의 성함은 가명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금득 :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인성 : 서울 신림에 거주하는 35살 작가 조인성입니다. 사진, 영상,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작업을 하기 위해 2023년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김민기 : 30살 김민기입니다.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혜윤 : 35살 김혜윤입니다. 영상, 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설치, 사진 작업과 특수분장·영화미술·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고윤정 : 32살 고윤정입니다. 동양화와 디자인을 해서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으로만 돈을 버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득 : 불규칙한 소득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시나요?
조인성 : 제가 조소과 출신이라 전시 공간을 조성하는 일을 주로 해요. 보통 문화재단들은 전시완료 및 철수, 원상복구를 해야 확인 후 행정 절차를 거쳐 익월 결제일에 정산을 해줘요. 예를 들어 5월에 전시 행사를 하면 8월에 돈을 받아요. 전시에 필요한 착수금 등은 자부담이죠. 게다가 현재 전쟁 이슈로 해외 출장이 취소되었어요. 작년에 사기까지 당해서 제 생애 가장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고 있어서 얼마 전에 신한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았어요.
조금득 : 그래서 공백을 채우려고 앞서 말씀하신 다양한 일들을 하는 건가요?
조인성 : 네, 맞아요. 결혼식, 프로필, 여권 사진이나 틱톡 영상 촬영 등 소일거리를 하며, 작가로서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돈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도 참여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조금득 : 최근에 대출 심사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조인성 : 네, 이번에 대출 심사를 받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저는 2023년부터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는데 개인사업자라는 사유로 대출이 거절 되었어요. 비대면 대출은 불가하고, 소득금액증명원을 제출하면 심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500만원 소액대출 받기도 이리 까다로우니 많이 지쳐 있어요. 저는 아직도 작가를 직업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가 이해되지 않아요. 예술인패스나 예술인활동증명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고윤정 : 저는 작년 10월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존 예술인 전세자금 대출을 일반 대출로 변경했어요. 우리은행에서 상담을 받는 중 저와 비슷한 상황인 30대 프리랜서 분의 대출 가능 여부 전화 문의를 담당자가 단칼에 거절을 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기준이 모호하다 느꼈어요.
조금득 : 그렇더라고요. 너무 편차가 나는 거죠. 혹시 윤정작가님도 공백기에 다른 일을 하시나요?
고윤정 : 저는 주로 문화재단이 아닌 일반 회사와 일하는 편이라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나눠서 받아 공백기는 적어요. 한 달 생활비를 정해서 쓰는데 충당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단기 디자인이나 PPT 제작 아르바이트를 해요. 대출 경험은 국민은행 어플로 300만원을 받은 적이 있어요.
조인성 : 저는 어플도 거절 되었어요.
조금득 : 그렇군요. 돈이 필요하면 일단 1금융권 대출을 알아보시고, 그 다음은 어떤 방법을 취하시나요?
조인성 : 친구들한테 전화를 하죠. 그것도 어려우면 고금리 대출을 알아봐요. 어쩔 수가 없어요. 설계는 마쳤으니 시공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사업비가 필요한데 현금이 부족하니까요. 아득한 이율과 중도상환이 불가한 조건으로요.
김민기 : 저는 이번에 장편영화를 준비하게 되면서 금전적으로 약간 어려움이 생겨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대출은 예전에 햇살론을 받아 현재까지 상환 중입니다. 크게 부담 되지 않는 금리와 긴 상환 기간이 손해가 아니라 생각 되어 받았어요.
김혜윤 : 저는 제가 주도권이 있는 미술감독을 맡으면 선수금이나 중도금을 받는데, 그게 아니면 광고의 경우에는 편성 및 방영이 되어야 돈이 입금 되요. 언제 방영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에요.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요. 배우들은 큰 금액을 받는 해외 광고 촬영이라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신청하지만 거절 되요. 전시도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편인데, 예를 들어 전시가 9월이면 비용은 5~6월에 들어와요. 그 전부터 작업을 하는데 말이죠. 그러면 그때까지 버텨야 하는 기간이 힘들어요. 선정이 되지 않으면 더 어렵고요. 그렇기 때문에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생애 2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아요. 돈이 없으면 아예 죽은 듯이 공기만 먹고 사는 것처럼 지냈어요.
김혜윤 : 교부금이 배부되는 기간이 무조건 정해져 있는 지원사업의 불편한 점을 모두 알고 있지만 개선은 되지 않아요. 담당자가 2년마다 변경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상업영화 기준으로 2018년에 개선된 부분도 있긴 해요. 미술팀 과로사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대두 되면서 급여 체계가 변경 되었거든요.
김혜윤 : 실업급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어요. 영화인이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해촉증명서와 같은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제작사가 폐업을 해서 연락이 두절인데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조금득 :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네요. 14년 전에 청년생활 실태조사를 했는데 생활비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이고, 식비를 줄이면 건강 문제가 생기고, 병원비가 드는 악순환이 생기더라구요. 두 번째는 사람 만나는 것을 줄이고요. 14년전과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김혜윤 : 저는 오히려 14년 전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지금보다 대출 받기가 쉬웠어요. 지금은 대출은커녕 계좌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려워요.
조금득 : 금융범죄에 노출된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고윤정 : 제 주변에는 전세사기를 당한 친구와 보이스피싱을 당한 친구가 있어요.
조인성 : 제 애인도 전세사기를 당했어요. 구제책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모아둔 돈이 증발한 거죠. 애인을 돕기 위해 차를 팔았어요.
조금득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들을 위한 제도가 있나요?
조인성 : 있는데 돈을 벌면 선정 기준에서 후순위가 되요. 그런데 돈을 안 벌면 작업을 못하잖아요?
조금득 :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비슷하네요.
조인성 : 제가 2020년 2월에 작업실 운영을 위해 공방을 열었는데 3월에 코로나19가 번졌습니다. 6개월 치 실적 제출 요구로 소상공인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어요. 공방의 월세, 공과금을 감당하려고 주말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프리랜서가 아니라며 프리랜서 지원금도 받지 못했고, 예술인 지원금은 제가 월 60만원을 버니까 소득이 많아서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예술인 지원금을 신청한 9000명 중 7200명이 소득이 0원이래요. “그럼 그분들은 지원을 받지 않아도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라고 반문한 기억이 있어요. 소득이 0원인데 작업을 어떻게 하나요? 당장 밥값이 없는데 말이죠. 일을 하려고 차를 사거나 작업실을 구하면 지원사업에서 배제 되요. 성실하면 아무것도 지원 받지 못해요.
조금득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대출 지원도 하나요?
고윤정 : 네, 생활안정자금, 전세자금 대출이 있어요.
조인성 : 제 친구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예술인 활동 증명을 3년째 시도하고 있어요. 시각예술 기준으로 요구하는 자료가 전시의 리플렛, 포스터, 보도자료, 계약서인데…….
김혜윤 : 포스터가 해외 언어로 되어 있어서 장소 이름을 본인들이 읽을 수 없으니 한국어로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건 위조 아닌가요? 영화는 계약서, 크레딧, 필모그래피가 있어도 개봉하지 않아서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조금득 : 아. 정말 어렵네요. 금융위원회에서 검토 요청한 '대출 거절 사유 안내 실효성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부탁드려요.
김혜윤 :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절 사유 고지는 의무가 맞다 생각해요. 그리고 금융정책 하나 제안하고 싶은데 계약서와 교부금 배부 날짜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대출 가능한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데 초기 자금이 없으니까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거든요. 브릿지 자금이 필요해요.
조금득 : 대출 신청 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나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하는 역할을 해주면 되겠네요.
조인성 : 저는 적극적인 대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청년들은 대출 자체를 두려워하잖아요? 신청하는 절차도 잘 모르고요. 내가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출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득 : 대출 관련 교육을 어느 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인성 : 아무래도 한국장학재단이 적합하지 않을까요? 학자금대출은 청년들의 대표적인 첫 대출 상품이라 생각해요. 대출의 개념과 장점 및 주의할 점 등 총괄적인 내용을 알려주었으면 해요.
조금득 : 서민금융진흥원과 각 지자체에 금융복지 상담 센터가 있지만 사실상 접근성이 높지는 않죠.
김혜윤 : 청년 대상으로 하는 금융 교육이나 재무 상담 포트폴리오 관련 지원 사업이 많긴 해요. 저는 참여자로서 큰 도움은 받지 못했어요. 차라리 선명하게 나의 미래 소득에 알맞은 대출 상품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면 좋겠어요. 나의 현재 상황에서 얼마까지 운용할 수 있는 지를요. 그리고 예술인 생활비 대출 상품도 더 있어야 해요.
조금득 : 개인적으로 토닥에서 청년예술가 특화 품목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서 말씀하셨던 브릿지 자금 관련 대출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혹시 이런 예술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협회가 있나요?
김혜윤 : 생각해 보니 영화인협회 덕분에 영화계가 약간은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조금득 : 기본적으로 투자가 되어야 좋은 예술이 창출이 되는 거잖아요.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대안이 너무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김혜윤 : 독립이나 인디, 언더는 더 열악해요.
조금득 : 작가님들은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시나요?
고윤정 : 저는 예술인 커뮤니티에는 있지 않아요. 커뮤니티 활동이라면 망원동에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 공간에 다녀요. 거기에서 노무사와 변호사 친구를 사귀었어요.
김혜윤 : 정부에서 예술인 커뮤니티 형성 사업을 추진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죠. 마음이 맞는 사람 한두 명과 연결은 되지만 그 커뮤니티 자체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요.
조인성 : 저는 관악문화재단에서 커뮤니티 구성 사업 참여 요청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일주일 동안 회당 10만원 사례비를 받고 활동 보고를 위한 공유회까지 할 순 없었어요.
김혜윤 : 실제로 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예술인 팀 프로젝트 지원 사업을 많이 추진해요. 그러니까 팀으로만 신청을 할 수 있어요. 개인은 신청을 못해요. 예술인 공동 작업에 대한 회의가 있는 저는 못하는 거죠. 차라리 장비를 서로 대여하는 시스템의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어요. 지원 사업에 선정 되면 제법 길게 장비를 써야하는데, 자산성으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으니 비싼 렌탈을 하거든요. 서로 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해 주면서 예술인 간 긍정적인 관계 맺음이 가능할 것 같아요.
조금득 : 좋은 의견이네요!
고윤정 : 저는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굳이 사람을 만나야 되나 싶어요. 현재 있는 친구들로 충분해서요.
조인성 : 저는 세대, 성별, 장애, 성소수자 등 차별과 갈등 문제 때문에 청년 간 새로운 관계 맺음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요.
조금득 : 그럴 수 있겠네요. 혐오에 노출 되는 것은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스트레스도 상당하고요.
김혜윤 : 일단은 목적이 있어야 만나요. 함께 배우거나 운동, 취미, 문화 활동을 하는 거죠. 청년들이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에 소극적인 현상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과거보다 경제적이나 경쟁적이잖아요. N잡이 당연한 시대죠. N잡러, 취준생, 은둔고립청년.. 청년들이 불안하지 않을까요? 불안하기 때문에 자기계발이 없다고 생각 되는 모임이나 커뮤니티 참여를 꺼려하는 거죠. 그리고 청년들이 온라인에 체류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과 갈등 문제가 심화 된 원인이기도 하고요.
김민기 : 일반인의 취미가 예술인에게는 업이잖아요. 반대로 예술인들이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임은 어떨까 상상해 봤어요. 예술인들은 프리랜서라서 시간 대비 돈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확실한 돈을 벌면서 네트워킹 하며 서로 정보를 얻는 거죠. 다른 분야의 예술인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김혜윤 : 실제로 성수의 관객 참여형 팝업 스토어에서 연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배우나 배우지망생 분들이 있어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목을 쌓더라고요.
김민기 : 그리고 모임이나 커뮤니티에서 돈을 버는 것을 지양하는 예술가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적은 금액을 받으니까요. 프라이드와 연관이 있을 것 같고요. 카카오톡 같은 경로로 대략적이라도 얼마를 대출 받을 수 있는지 조회가 되는 시스템이 구축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조금득 : 오늘 이 뜨거운 여름에 먼 길 와주시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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